볼 생각은 없었다.
원체 이런 유의 영상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검색 사이트나 뉴스에서 떠들어대던 평들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거를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징어 게임’을 보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차라리 지금 공부하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 책이나 한 줄 더 읽어봐야지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모 따라서 큰아이가 슬금슬금 영상을 봤더라.
15세 이상이라 눈치를 한번 주긴 했으나, 나보다 취향이 확고한 녀석이니 그깟 눈치 좀 준다고 보지 않을 리가 없다.
이모를 부추겨서 분명 다 보겠지.

해서 가족들 전부 있을 때 같이 보라 틀었다.
그리고 나는 옆에서 전자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묘하게 자꾸 시선이 가더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거나 무섭게 몰아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담담한 쪽에 속한다.
게다가 제목에 걸맞게 고요한 느낌도 든다.
꼭 물속에 잠겨서 영상을 보는 느낌이라면 이해가 갈까?
그 와중에 스토리는 전개되어간다.

동생과 큰아이는 뭐가 그리 마음을 조이는지 영상에 대해 온갖 잡담을 나누며 시청하더라.
그 속에서 참 묘했다.
무섭지는 않지만 신경을 조금씩 건드리는 기분.

공개된 것은 시즌1이고, 시즌1은 총 8편이다.
1편당 대체로 40분-50분 정도.
의도치 않게 3편까지 시청을 했다.

동생의 감상평은 뿜어져 나오는 저것이 전부 피가 아닌 게 다행이라는 말을 계속했다.
그 말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만약 그랬다면 이런 느낌을 낼 수 없었으리라.

왜 ‘고요의 바다’의 평이 이렇게 좋지 않을까.
오히려 나는 이 느낌을 영상에 담아낸 것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참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